
시사투데이 방진석 기자]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생 말벌과(땅벌, Vespula vulgaris, 배스퓰라 불가리스)의 독(毒) 성분을 이용한 동물용 사균백신 제조법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사균백신(불활화 백신)은 장티푸스, 백일해 등 병원성 원인균을 화학약품으로 사멸시켜 제조한 백신이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사균백신의 균 사멸 과정에서 화학약품 대신 천연물질인 말벌의 독 성분인 마스토파란(Mastoparan-V1)을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상용되고 있는 사균백신은 포르말린, 페놀류 등의 화학약품으로 해당 병원체를 사멸시켜 제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항원 단백질의 물리·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면역 반응이 낮아져 면역 증강제를 함께 사용해야 하고 제조과정에서 화학약품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허진 교수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말벌 독을 이용한 살모넬라 사균백신을 제조하고 이에 관한 동물 실험을 올해 4월부터 4개월간 실시했다. 그 결과, 마스토파란을 이용한 사균백신을 구강에 접종한 동물군은 4주 후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동물군에 비해 항체가 3~6배 증가하고 면역 물질이 3~4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존 사균백신이 보통 병원균인 살모넬라균에 대해 50% 미만의 생존율을 보인 데 반해 마스토파란을 이용한 사균백신은 60~8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토파란을 이용한 백신은 기존 백신과 달리 항원 단백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유지돼 접종 후 면역 물질이 더 많이 나타나 면역 증강제가 불필요하고 생존율도 높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마스토파란의 항균효능 실험 결과를 과학기술 분야의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 논문 중 하나인 몰레큘스(Molecules) 4월 19일자에 게재했다. ‘동물용 사균백신 제조법 활용 특허’를 8월 31일 출원했고 사균백신 제조의 활용을 위해 동물의약품회사와 후속 연구를 협의 중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이번에 확인된 결과를 바탕으로 먼저 가금티푸스(Fowl typhoid) 동물용 사균백신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지 검토 예정이다. 가금티푸스는 닭, 칠면조 등의 조류에서 살모넬라균에 의해 일어나는 전염병으로 패혈증에 의한 높은 폐사율이 특징인 질병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마스토파란을 이용한 사균백신이 살모넬라균 외에 포도상구균 등 다른 병원균에 대해서도 같은 항원과 항균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향후 또 다른 백신 제조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