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치매를 앓는 이모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서류를 위조한 5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이모의 판단능력이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박인식 부장판사)는 2일 사문서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고모(50)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 2014년 3월 이모인 A(당시 80세)씨의 도장으로 위임장과 증여계약서를 위조해 토지와 건물을 증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고혈압과 당뇨 후유증, 심부전, 허혈성 심질환, 뇌경색을 앓다가 2014년 8월 숨졌다.
혈관성치매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A씨는 자녀가 없고 남편마저 2003년경 숨져 또 다른 조카 부부에게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맡기고 병간호를 받았다.
이종조카로서 상속권을 갖고 있던 고씨는 A씨가 입원한 서울의 한 병원으로 법무법인 직원을 불러 위임장과 증여계약서 용지에 A씨의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게 했다.
고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서울 동작구 토지와 주택, 3층짜리 건물을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고씨는 위임장과 증여계약서에 찍은 도장을 A씨의 인감으로 등록하기 위해 의사의 외출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몰래 사설 앰뷸런스를 불러 A씨를 동사무소까지 이동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가 숨지기 전 실시한 검사에 따르면 혈관성 치매는 거의 확정적이긴 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태가 호전될 수도 있는 상태였고 고씨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이 인지·판단능력이 없이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는 급성 뇌경색과 노령으로 인한 뇌 위축과 혈관성 치매 등으로 증여계약의 법률적 의미와 결과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고, 고씨는 A씨에게 정신적 이상 증세가 나타난 이후부터 거의 매일 병원에 방문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태를 보였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또 "고씨는 이모가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증여계약서 등을 위조·행사하는 방법으로 모든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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