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강은수 기자] 세계 최초로 한국표범에 대한 게놈 지도가 완성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남한에서 절멸된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의 표준게놈 지도를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고 2일 밝혔다.
표준게놈(Reference genome, 참조유전체)은 한 생물종의 대표 유전체 지도로 해독된 염기서열을 가장 길고 정확하게 조립하고 유전자 부위를 판독해 완성된 지도다.
한국표범은 호랑이와 함께 과거 우리나라에서 최고 포식자로 활동하던 고양이과의 맹수로 현재 북한 접경지역인 러시아의 연해주 남서쪽에 60~70마리만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밝혀진 한국표범 게놈지도는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표범을 보전하고 복원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표범 게놈지도는 국립생물자원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지난해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고양이과 게놈 해독을 위한 국제컨소시엄에 참여해 1년 6개월여 간의 연구 끝에 해독했다. 연구진은 대전동물원에서 2012년 자연사한 표범 ‘매화’의 근육을 이용해 표준게놈 지도를 만들고 러시아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아무르표범의 혈액을 확보해 추가로 유전체 서열을 해독하고 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표범의 게놈은 25억 7,000만 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됐고, 1만 9,000여 개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개체 간 또는 동일개체 내 염기서열 변이가 거의 없어 유전 다양성이 낮아 멸종의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육식을 하는 고양이과(Felidae), 잡식을 하는 사람과(Hominidae), 초식을 하는 소과(Bovidae) 등 식성이 다른 포유동물 28종의 게놈을 정밀 비교해 식성에 따라 특화된 유전자를 찾아냈다. 표범, 호랑이 같은 고양이과에서는 근육 운동과 신경 전달 그리고 빛 감지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잘 보존돼 있어 뛰어난 반응성, 유연성, 시력 등이 게놈에 반영돼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사람과에서는 지방 대사 관련 유전자 등이, 소과에서는 냄새 감지 유전자 등이 잘 보존돼 있었다.
특히 육식만 하는 고양이과의 식성에 주목하고 이를 잡식성·초식성 포유동물의 게놈과 비교해 다르게 진화한 유전자를 확인했다. 고양이과는 육식성이 발달하면서 아밀라아제와 같은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유전자와 식물 독소의 해독에 관련된 유전자가 퇴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단백질 소화, 근육 및 운동 신경 발달 등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특이하게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와 관련된 혈당조절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기능하지 못하는 것도 확인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식성을 생물종 간 게놈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이번 연구도 세계 최초로 시행된 것이다”며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근력, 시력 등 인체의 능력과 육식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추정되는 인간의 질병 등을 유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한국표범의 표준게놈 해독 결과와 포유류 게놈 비교분석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11월 2일자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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