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67년 전인 1950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면서 "그들이 한국전쟁에서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 전투였다"고 평가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께 워싱턴 D.C.에 도착한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장진호전투 기념비 헌화식에서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분에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그 때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저의 부모님도 계셨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피난민을 구출하라'는 알몬드 장군의 명령을 받은 고(故) 라루 선장은 단 한 명의 피난민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무기와 짐을 바다에 버렸다. 1만4000명을 태우고 기뢰로 가득한 '죽음의 바다'를 건넌 자유와 인권의 항해는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2년 후, 저는 빅토리 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니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세상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존경과 감사라는 말로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의 가족사와 개인사를 넘어서서, 저는 그 급박한 순간에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그 많은 피난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며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이 세계전쟁 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인 이유"라고 치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울러 "제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항해도중 12월 24일, 미군들이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을 한 알씩 나눠줬다고 한다"며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미 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라며 "또한 한미동맹은 저의 삶이 그런 것처럼 양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 돼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7년 전, 자유와 인권을 향한 빅토리 호의 항해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저 또한 기꺼이 그 길에 동참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가겠다"며 "위대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메러디스 빅토리 호의 선원이었던 로버트 러니 변호사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죽기 전에 통일된 한반도를 꼭 보고 싶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러니 변호사) 말씀에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그것은 저의 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끝으로 윈터 킹(Winter King)이라는 별칭을 가진 산사나무를 기념식수하는 것을 소개한 뒤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인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 나무처럼 한미동맹은 더욱 더 풍성한 나무로 성장할 것입니다. 통일된 한반도라는 크고 알찬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당시 한·미 양국군을 포함해 많은 유엔군이 희생당한 가장 치열했던 전투의 하나로,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켜 피난민 9만여명이 흥남부두를 통해 철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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