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25년간 의처증으로 인한 폭력, 폭언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4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45·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해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도 "최씨는 약 25년 동안 피해자의 의처증, 폭언, 폭력 속에서 결혼생활을 해왔고 급기야 큰 딸이 가정불화와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해자의 폭력은 계속됐고 이로 인해 최씨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며 "그 동안 누적된 원망과 분노가 함께 폭발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범행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는 범행 직후에 스스로 아들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유족인 두 자녀 역시 어머니인 최씨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는 지난 5월7일 서울 강북구 자신의 집에서 폭언과 욕설을 하는 남편 한모(54)씨를 멀티탭 전선을 이용해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한씨로부터 지난 1993년부터 최근까지 폭언과 욕설, 폭행을 당해왔다.
한씨는 큰 딸이 태어난 직후부터 최씨의 외도를 의심했다. 최씨는 슬하에 큰 딸 이외에 아들과 둘째딸이 있었으며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한씨의 폭행을 견뎠다.
한씨는 고정된 직장 없이 일용직을 전전하면서 술 마시기를 일삼았다. 최씨는 생활비를 벌어야 했으나 한씨의 의처증으로 인해 시간제 근무조차 할 수 없어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최씨는 결혼 생활동안 지속된 한씨의 폭력으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두 차례 스스로 목숨도 끊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가 자살 시도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큰 딸이 사망했다. 큰 딸은 한씨와 최씨의 생활비와 병원비 등을 부담하다가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매 숨졌다.
큰 딸이 사망한 뒤 최씨는 부모의 잘못으로 큰 딸이 사망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으나 한씨는 음주와 폭력을 지속했다. 의처증도 심해져 최씨가 아들과 외도를 한다는 의심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전날 최씨는 큰 딸의 장례를 치르는 데 도움을 준 아들의 친구가 놀러오자 아들과 함께 음식을 시켜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때도 부부는 말다툼을 했으며 다음날 술이 덜 깬 상황에서 다시 한씨가 아들 친구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말과 함께 욕설을 퍼붓자 최씨는 화를 참지 못해 한씨를 해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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