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한때 제주산 바나나는 감귤에 버금갈 만큼 지역농가의 큰 수입원이자 효자품목이었다. 하지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등으로 값싼 수입 바나나가 밀려들어오며 가격경쟁력을 잃었고, 제주산 바나나는 1990년대 중후반 자취를 감췄다.
이런 제주산 바나나를 10년 넘게 연구·재배하며 명맥을 잇고, 제2의 부흥기를 열어가는 이가 바로 ‘퍼니제주(FUNNY JEJU)’의 이상협 공동대표이다.
제주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 후 식품배양을 연구하던 이 대표에게 농협유통은 ‘국산 바나나의 멸종을 막아 달라’며 계약재배를 제안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안전 먹거리 제공’을 위한 ‘국산 바나나 생산기반 마련’에 농협이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됐고, 바나나는 해거리 없이 연작도 가능했다. 이에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바나나 재배를 시작, ‘퍼니제주 바나나’는 2006년부터 농협이 전량을 계약구매하며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대부분 납품되고 있다.
또한 이 대표는 국산·제주산 바나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품종 연구에 정진하며, ‘바나나를 밥처럼 먹을 수 있다’는 뜻이 담긴 ‘송키밥’ 품종도 개발했다.
이 대표는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국산 바나나의 경우, 나무 높이가 3척 반”이라며 “키가 작고 육질이 좋으며 생산량이 많지만,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 병충해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키밥은 병충해에 강하고, 재배법이 간편한 게 특징”이라며 “5년간의 관찰로 ‘상품성도 뛰어나다’는 확신이 들어 특허등록까지 마쳤다”고 자부했다.
특히 이 대표는 ‘생산량을 키워 매출을 높이는 것보다 바나나의 품질과 맛에 더욱 집중함’의 소신과 의지가 강하다. 이는 ‘수입 바나나가 재배 및 수입과정에서 농약 등이 얼마나 쓰였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과 뚜렷이 대비된다.
그에 따르면 수입 바나나가 국내의 마트 진열대를 오르기까지 1개월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바나나가 상하지 않도록 작위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반면 국산 바나나는 수확하자마자 판매처로 출하되기 때문에 화학처리가 필요 없다.
이 대표는 “어려운 농업현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나나를 재배하려는 농가가 점점 늘고 있다”며 “이들 ‘농가를 살리기 위해’,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정태 공동대표와 ‘퍼니제주’를 세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퍼니제주가 국산 바나나의 가치증대와 소비촉진 등에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며 “국산 바나나 보급 확대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농가를 대상으로 무상컨설팅도 적극 지원할 것”이란 기대와 다짐을 덧붙였다.
한편, 퍼니제주 이상협 공동대표는 국산 바나나 재배 프로젝트 추진 및 ‘송키밥’ 품종의 연구·개발을 통한 열대과수산업 고부가가치 창출에 헌신하고, 제주산 바나나 위상강화와 소비자 안전먹거리 제공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17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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