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지난 2002년 발생한 부산 다방 여종업원 강도살인 사건. 장기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의 범인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와 시민들의 제보로 15년만에 붙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31일 다방 여종업원을 흉기로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하고, 피해자의 은행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A(46·당시 31)씨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해 부산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은행 현금 인출을 도와준 공범 B(당시 23·여)씨와 C(당시 26·여)씨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한 공소시효 기간이 지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2년 5월 21일 오후 10시께 부산 사상구의 한 다방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여종업원(당시 21)를 납치,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인근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여종업원에게 빼앗은 적금통장에서 모두 2차례에 걸쳐 현금 796만원을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여종업원의 시신은 같은달 31일 낮 12시 25분께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해변에서 마대자루와 검정 비닐에 싸인 채 발견됐다.
시신의 손과 발은 청테이프로 결박돼 있었고, 복부 등 30여 곳에 흉기로 찔린 상처가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수사본부를 설치해 CCTV, 통신수사, 금융수사, 주변 인물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겼다.
부산경찰청은 2015년 9월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을 신설, 용의자 영상이 남은 이 사건을 첫 사건으로 선정하고 재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수사팀은 지난해 2월 25일 이 사건을 SNS(페이스북)와 언론사 등에 공개수배하면서 피해자의 적금을 해지하고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을 공개했고, B씨와 C씨에 대한 시민의 결정적 제보를 확보했다.
경찰은 시민 제보를 토대로 수사를 벌여 지난해 4월 5일 B씨와 C씨를 검거하고, 이들을 통해 A씨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지난 21일 A씨를 검거했다.
사건 당시 은행 CCTV에 녹화된 현금 인출 장면과 같은 각도 등으로 촬영한 A씨의 현재 모습을 대조·분석한 결과 유사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 결과를 확보하고, 목격자와 지인 등이 일관되게 CCTV 속 용의자와 A씨가 동일인물이라고 진술하는 등 혐의점이 확인돼 주범으로 특정하게 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한 이후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해 범행 관련 진술이 모두 거짓임을 확인했다.
참고인 D씨는 'A씨와 함께 마대자루에 둥글고 물컹한 느낌의 물체를 차량에 같이 싣고 어딘가로 가서 내려줬으나 무서워서 물어보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A씨로부터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중고로 매입한 참고인 E씨는 '차량 수리 중 뒷좌석의 가죽시트를 벗기다가 혈흔으로 보이는 검붉은 얼룩을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와 함께 A씨로부터 적금을 해약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를 대신해 줄 여자를 소개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는 또 다른 참고인의 진술 등으로 미뤄 경찰은 A씨의 범행일체 혐의가 인정돼 구속 후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했다.
A씨는 범행 당시 일을 그만둔 이후 도박에 빠져 카드 연체료 등 채무가 많은 상황이 확인돼 금품을 강취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하지만 A씨는 현재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증거는 없지만 A씨가 피해자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동안 피해자를 감금하거나 살해한 이후 사체유기를 도운 제3의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미제사건수사팀은 "억울하게 숨진 피해자의 영혼과 유족의 슬픔을 달래고,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죄 지은 사람은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재수사를 진행했다"며 "세월의 벽과 기억의 한계에 막혀 절망한 적도 있었지만 사체 발견 현장과 피해자 유골 안치장소를 수차례 오가며 의지를 다지면서 끈질기게 수사를 벌여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말했다.
A씨 검거 소식을 접한 숨진 여종업원의 언니는 "영원히 못 잡을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고맙다"며 "이제 하늘에 있는 동생이 편안하게 잘 지냈으며 좋겠고, 단 한 번만이라고 동생이 꿈에 나타나 얼굴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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