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미투' 고백을 한 지 28일로 한달여가 지났다.
이를 시발점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시인 고은, 배우 조민기·조재현·오달수·최일화·최용민,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사진작가 배병우 교수, 국립극장장 후보에 오른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박재동 화백 등 각계의 유명 인사이자 권위자들에게 성추행·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특히나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 다방면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오랜 기간 성범죄에 노출된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컸다.
그런 가운데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해 피해자들이 집단 형사 고소에 나서 이목이 집중된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등 피해자 16명은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 전 감독을 상대로 한 형사고소장을 냈다.
앞서 이 전 감독의 성추행 논란은 김 대표의 '미투'(#MeToo) 폭로로 불거졌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본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10년 전 이 전 감독으로부터 안마 요구를 받은 뒤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에도 이 전 감독이 지난 2015년 국립극단에서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이 전 감독은 지난 19일 공개 사과에 나섰으나 일부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법적 절차를 따져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 진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이 전 감독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변호사 101명으로 구성된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이 구성되기도 했다.
피해자들과 공동변호인단은 "문화계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성폭력과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며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위해 언론은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들에게 또 다른 2차 피해를 가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줄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밝혔다.
공동변호인단은 이 전 감독 사건을 포함해 또 다른 미투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법률 지원에 나선다. 아울러 피해자들 및 공동변호인단,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등은 다음주 초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관련해 경찰은 일단 미성년자가 대상이거나 피해자의 진술이 확보된 건을 중심으로 수사 중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미투 관련) 인지도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19명 정도 들여다보고 있다"며 2건에 대해선 이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에는 조민기씨와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씨 등이 포함됐다.
조증윤씨는 2007~2012년 당시 16세, 18세였던 미성년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에 벌어진 사건은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다. 그 전에 발생한 피해 사건은 고소 기간(6개월)이 지나면 고소가 불가능해 사실상 법적 처벌이 어렵다.
이윤택씨의 사례를 보면 피해 시기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몰려있어 형법상 강간·강제추행 공소시효(10년)마저 지났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된다. 고백까지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것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뚜렷한 물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고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진술 자체가 성범죄에서 중요한 증거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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