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듣는다.” 지나친 믿음을 빗댄 표현이지만,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실제 ‘팥으로 만든 장(醬), 팥장’의 상품화를 이루고 국제적 음식문화유산 보호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Ark of Taste)’에까지 등재시킨 이가 있다. 충남 홍성군의 홍주발효식품 이경자 대표이다.
이 대표가 팥과 밀가루로 만든 ‘팥장’은 지난해 12월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맛의 방주는 150여개 회원국이 가입한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소멸위기의 종자, 식재료, 음식 등을 발굴·보전하기 위해 선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울릉도 칡소, 진주 앉은뱅이 밀, 연산 오계, 장흥 돈차 청태전, 제주 흑우, 태안 자염’ 등이 맛의 방주에 등재돼 있다.
이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팥장’은 조선시대 문헌 ‘규합총서(1815년 간행)’에도 수록된 우리 고유의 전통장이며, 팥과 밀가루로 메주를 쑤고 말린 후 소금물을 부어 담그는 방식과 달콤한 맛 등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나라에서 직접 메주를 제조·보급한 조선시대 후기의 어느 해, 흉년이 들어 콩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먹을거리와 장이 귀했던 때라 콩 대신 팥으로 메주를 쒀 백성들에게 나눠줬다”고 ‘전통 팥장’의 맥을 짚었다.
그 점에서 그녀는 ‘색경(1676년)’부터 ‘규합총서, 조선요리제법,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까지 조선시대 문헌자료를 두루 찾아보고, 수년간 연구·노력도 거듭하며, 비로소 팥장과 팥고추장의 재현에 성공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일반 팥을 쓰지 않고, ‘예팥’이란 토종 팥으로 팥장을 담는다. 전통을 복원하고 맛·향·품질 등이 우수한 팥장을 만들기 위함이며, ‘예팥’은 약성도 좋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예팥과 밀가루로 메주를 빚어 팥장을 담그기까지 전통방식의 수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메주를 쒀 황토방에서 한 달여간 띄운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 숙성시키고 ▲메주를 깨끗이 닦기(불순물 제거) 및 곱게 가루내기 ▲메주가루와 소금, 간장, 표고버섯가루 등의 반죽 후 항아리에 담기 ▲양지바른 곳에서 2~3개월 동안 다시 숙성시키는 과정 등이 대표적 수작업이다.
한마디로 그녀는 ‘팥장’, ‘팥고추장’, ‘팥청국장’, ‘팥차’ 등의 생산에 장인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농협하나로마트, 직거래장터 등의 유통·판로를 확대하며, 홍성군농업기술센터의 틈새작목 육성 시범사업에 따라 ‘팥장 안정생산을 위한 기반시설’도 구축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배움의 자세로 농업·농촌 경쟁력과 여성농업인의 리더십 향상 교육과정 등을 이수하며 ‘전문상담사(2급), 미술심리상담사(1급), 슬로푸드강사, 한식·양식조리사’ 등의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한 이 대표는 ‘홍성발효식품연구회장’도 맡고 있다.
홍주발효식품 이경자 대표는 “어릴 적 자주 먹었던 팥장의 맛이 그리워 ‘팥장 재현’에 나섰다”며 “팥장에서 ‘고향의 어머니 손맛’을 떠올리고, ‘추억의 음식’으로 찾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전통을 지키기 힘들었을 것”이란 소회를 전했다.
이어 그녀는 “자칫 사라질 뻔했던 팥장을 재현하기까지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고 감사해하며 “앞으로도 ‘선조들의 지혜, 정직한 재료와 맛, 내 자신의 양심과 정성’을 믿고 팥장의 가치제고, 전통식품의 연구개발, 건강·간편식 생산·공급 등에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란 다짐을 밝혔다.
한편,홍주전통식품 이경자 대표는 전통 ‘팥장’ 연구·계승을 통한 제조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 창출에 헌신하고, 품질·맛·영양 우수 전통장 생산 및 소비자 안심 먹거리 제공을 이끌며, 고객만족 강화와 전통장류 가치제고 선도한 기여한 공로로 ‘2018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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