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정유진 기자] 외국인 아버지의 경제활동 기반이 한국에 있다면 미성년 자녀가 외국에 살고 있어도 ‘외국인 부(父)’의 한국 체류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우리 국민과 파키스탄인 A씨의 12세 미성년 자녀가 파키스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녀양육을 위해 한국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체류기간연장허가를 거부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3일 밝혔다.
파키스탄 국적인 A씨는 1996년 5월 3개월의 체류허가를 받아 우리나라에 입국한 후 불법 체류하다가 한국인 김 씨와 결혼해 2006년 자녀를 낳았다. 그러나 A씨는 김 씨와 딸을 한국에 놓아둔 채 같은 해 11월 파키스탄으로 강제출국을 당했다. 김 씨는 혼자 딸을 키우기 힘들다며 A씨와 같은 날 출국해 딸을 맡겼다. 딸은 현재까지 A씨의 부친과 형수가 키우고 있다.
A씨는 2007년 5월 결혼이민 체류자격으로 재입국해 지난해 2월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가 김 씨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지 않고 파키스탄에 살고 있는 딸을 양육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며 A씨의 체류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았다.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은 ‘국민의 배우자, 국민과의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 또는 모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그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에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행심위는 김 씨가 2009년 2월 이후 여러 번 가출해 A씨가 모르는 자녀 2명을 낳았고 연락도 되지 않아 혼인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딸이 파키스탄에 살고 있어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어 언제든지 한국에 올 수 있고 A씨에게 딸의 양육책임이 있는 점, A씨가 20년 이상 한국에서 계속 살아와 파키스탄에는 경제활동 기반이 없어 자녀 양육을 위해 한국에 머물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에 대한 체류기간 연장허가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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