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전두환(87)씨가 다시 재판에 오른다. 1995년 검찰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한 지 23년 만이다.
5·18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전두환(87) 씨의 회고록 내용 중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고소·고발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이 전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광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정현)는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계엄군의 기총소사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전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5·18 당시 계엄군 헬기의 기총소사가 실제로 존재했으며, 조 신부도 이를 목격했음에도 전 씨는 지난해 4월3일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의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 라고 기술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생전 조 신부는 1980년 5월21일 광주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아니다'고 표현했다.
오월 단체와 조 신부의 유족은 전 씨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며 지난해 4월 광주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조 신부와 전 씨의 주장이 다른 만큼 검찰은 그 동안 38년 전 헬기사격 여부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해 왔다.
최근에는 전 씨가 고의로 조 신부에 대한 허위사실을 회고록에 담았는지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며, 작성자에게 적시된 허위사실에 관한 인식(고의성)이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전 씨에 소환을 통보 했지만 전 씨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보내오는 등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 동안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 조사 결과, 관련 형사 사건 수사공판기록, 다수의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하고 객관적 자료들을 통해 해당 책자의 내용이 허위사실로 고인인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음을 확인했다.
특히 헬기사격 목격자(47명) 진술, 국방부 5·18 특조위 조사(5·18 당시 헬기 사격 사실 인정),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헬기사격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12·12 내란을 주도한 뒤 당시 광주에서의 시위 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점, 다수 목격자의 진술, 국과수 전일빌딩 감정 결과 등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사격에 부합하는 자료가 다수 존재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점에 비춰 범죄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5·18은 자신과 무관하게 벌어졌으며 알고 있는 내용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해 더 이상의 소환 조사 실익이 없는 점, 그동안 수집된 자료들을 종합할 때 전 씨의 혐의가 인정될 뿐만 아니라 고령인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역사 왜곡 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취해 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