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이두열 우리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세액공제제도는 이익이 나는 기업에만 적용되므로 이익이 많은 기업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그 결과 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중견벤처기업이나 대기업 위주로 이 혜택이 돌아가는데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자금이 충분한데도 정부가 자금을지원해주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세액공제제도 중 대표적인 것이 연구개발비세액공제제도이며 원래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구원 인건비지원 등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하여 생긴 제도입니다. 기업으로 하여금 연구원을 채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납부할 세금이 많은 기업들에게는 연구소설립동기도 부여합니다.
그런데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수익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초기 벤처기업에게는 혜택을 장담할 수 없는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초기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이미 성공한 중견벤처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현상을 초래하여 원래의 세금지원목표였던 벤처기업활성화에 완전 역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지원을 노골화했던 이명박정부시절 도입된 신성장동력산업과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비세액공제가 더 큰 문제입니다. 연구개발비의최대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데, 이들 업종이 주로 대기업집단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사업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행해야할 연구과제인데 정부가 고율의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지원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합니다.
또한 연구개발비는 세법상 손금으로도 인정되므로 흑자 기업에게는 최대 27.5%의 법인세절감효과도 추가로 발생합니다.
그 결과 정부가 이미 성공한 대기업집단들에게 연구원 인건비를 최대 57.5%까지 지원해주는 효과가 발생하므로 대기업집단의 연구소는 최고의 급여와 안정적인 직장이 되고, 그 같은 혜택이 어려운 창업초기의 벤처기업으로선 우수한연구원을 채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반도체부문 전문 연구원의 인건비를 정부가 반이상을 지원해주는 상황이니 반도체부문에서는 더 이상 벤처기업의 창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강원랜드가신성장동력산업에 연구개발투자를 해도 이 혜택은 동일하게 주어집니다.어떤 업종이든 이익이 많은 대기업이 신성장동력이나 원천기술분야에 연구개발투자를 하는 것은 투자액의 50%이상 세금혜택을 받게 되는데, 누가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여 연구개발하려 하겠습니까?
정부도 연구개발비용으로 인한 손금인정과 세액공제혜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하여결손금이월사용이나 세액의 이월공제를 특정 기간 허용해주긴 하나지금 당장의 지원이 필요한 벤처기업창업자에게는 매우 공허하게 들립니다.
한마디로 요즘 벤처기업은 연구원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벤처기업연구원들이 병역특례가 끝나면 대기업으로 들어가고 벤처기업에는 남아 있질 않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지원이 불가피하다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소벤처기업에게는 동일한 혜택을 현금으로라도 지급해야 합니다.현행과 같이 대기업에 유리한 고율의 세금혜택을 허용하는 한 벤처기업활성화는 구호에 불과하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벤처기업창업이 없으면 청년 고용난도 결코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지적한다면 신성장동력산업이나 원천기술에 지정된 경우와 지정되지 못한 경우의 구분도 매우 인위적이고또한 이들을 다른 업종과 차별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정부 로비력이 탁월한 대기업집단에게는 자연스레 혜택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이런 사실도 모르고 뛰어드는 벤처기업 경영자들이나 투자자들은 뒤늦게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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