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이한별 기자] 최근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한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침엽수인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 주목 7종은 우리나라 백두대간 명산의 해발 1,200m 이상에서 주로 서식한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전국 31개 산지에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분포면적은 1만2,094ha였다. 이는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0.19%로 해당된다.

지역적으로는 지리산이 5,198ha(43.0%)로 가장 넓은 면적에 걸쳐 있고 한라산 1,956ha(16.2%), 설악산 1,632ha(13.5%), 오대산은 969ha(8.0%) 순으로 분포했다.

전국적으로 구상나무는 6,939ha에 약 265만본, 분비나무는 3,690ha에 약 98만본, 가문비나무는 418ha에 걸쳐 약 3만본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타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 등은 일부 지역에 소규모로 분포했다.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은 해발고도 1,200∼1,600m에 주로 분포하며 수분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쪽 계열 사면으로 나타났다. 고산 침엽수 분포지역의 평균 기온은 약 6.3℃, 강수량은 1,697mm다.

현지조사를 통해 고산 침엽수종의 고사목 발생현황과 생육목의 건강도를 측정하고 종합적인 쇠퇴도를 산출한 결과 전국 구상나무림의 약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 가량이 쇠퇴하고 있었다.

수종별로 쇠퇴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구상나무의 경우 한라산에서 39%, 분비나무는 소백산에서 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에서 25%로 나타났다. 쇠퇴도는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상승률이 높고 위도가 낮은 곳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고산 침엽수종의 숲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에는 어린나무의 개체수가 적고 나무들의 연령구조가 불안정해 지속적인 개체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산림과학원은 고사와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쇠퇴도, 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우선 복원 후보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은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의 종자형성에서 발아, 정착, 성장에 이르는 단계별 문제를 밝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온이 더욱 상승하면서 생리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병해충에 의한 피해도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감시와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임종환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과 복원을 위해 조사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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