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이른바 '병풍'사건을 일으켰던 김대업씨가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붙잡혔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지난달 30일 필리핀 말라떼에서 현지 이민청과 합동으로 김씨를 검거했다.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다 해외 도피 생활을 한지 3년여 만이다.
김씨에게는 인터폴 수배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고, 우리 파견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소재를 확보한 뒤 현지 이민청과 합동으로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현지서 한인 사건을 담당하는 '코리안데스크' 담당관이 지난달 초 김씨가 말라떼 인근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색에 착수했고, 검거 당일에는 구체적인 소재 정보를 바탕으로 검거에 나섰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시 현지 이민청은 처음에는 일요일이란 이유로 검거 협조를 거부했는데 코리안데스크의 지속적인 설득에 결국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 당시 김씨는 여권기한이 만료돼 불법체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범죄자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확인될 경우 범죄인인도 재판을 거치지 않고 현지 당국의 추방 조치만으로 국내에 데려올 수 있다.
경찰은 현지 당국과 협의해 김씨의 강제송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씨가 송환되면 우선 교도소에 수감돼 징역형을 살면서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김씨는 필리핀으로 도주할 당시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였지만 해외도피로 집행유예가 취소됐다.
따라서 김씨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남부지검은 김씨가 송환되면 다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기소중지 상태였는데 신병이 넘어오면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를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 2011년 5월 폐쇄회로(CC)TV업체 영업이사인 A씨 등 에게 강원랜드 CCTV 교체 사업권을 따게 해주겠다며 총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는 최문순 강원지사와의 친분이 있다며 금전을 편취했고 결국 피해자들로부터 고소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6년 수사를 받던 중 건강이상을 호소했고, 검찰은 몸이 회복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그 틈을 타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김씨는 지난 16대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공개해 논란을 부른 인물이다. 이 후보는 김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고 민주당 측은 비리 의혹을 최대 이슈로 부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 후보가 박빙의 접점을 벌이는 상황에서 해당 의혹은 이 전 총재의 대선 패배를 일으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선 후 검찰 조사 결과 해당 녹음테이프는 조작됐고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면탈 의혹은 법적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1년10개월을 선고했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