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애영 기자] 성교육 수업 중 단편영화를 상영해 광주시 교육청으로부터 '성비위'로 직위해제된 교사에 대한 과잉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광주시 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등은 '과도한 교권 침해'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3일 성교육 수업 중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상영한 광주 한 중학교 A 교사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교사가 영화를 상영한 배경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 교사가 성과 윤리 수업을 진행하면서 몇 차례 정도 영화를 상영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A 교사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화를 성교육 자료로 활용했다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부교재 사용에 대해 교장 등 학교 측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학생이 "영화를 본 뒤 불쾌감을 느꼈다"고 진술함에 따라 A 교사의 발언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 교사가 상영한 영화에 대해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에 질의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을지라도 학생들이 느꼈던 불쾌감이 수사의 우선 고려 대상이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를 토대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단편영화를 상영 한 A 교사를 직위 해제한 뒤 수사를 의뢰했다.
A 교사가 상영한 영화는 10분 분량의 프랑스 영화로 여자와 남자 간의 전통적인 성(性) 역할을 뒤바꾼 일명 '미러링 기법'을 활용해 성불평등을 다룬 화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육아를 책임진 남성이 여성들에게 성희롱과 성폭행을 당하고, 여성경찰관이 가해여성 편에서 수사를 하고 남성들이 상의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의 모습에 빗대 여성 배우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공공장소를 거니는 모습 등이 나온다.
교육청은 여성의 가슴이 노출된 것을 보고 선정성이 다분하다고 하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 등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여성의 가슴 노출 장면은 전혀 선정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반대로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고 운동하는 것이 선정적인가? 성적인 맥락 없이 여성의 신체 중 하나일 뿐인 가슴이 노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선정적이라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런 일련의 사태들로 비추어 봤을 때 이 영화가 성평등 교육에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성평등 수업을 한 교사를 성 비위로 내몰아 직위해제한 것으로도 모자라 경찰까지 동원하는 것은 과도한 교권침해다. 학생들과 교사를 위해 시교육청은 관련 절차를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A 교사의 출석에 맞춰 지지모임 등은 남부서 정문에서 "성평등 수업한 교사를 성비위자로 몰지말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과 손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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