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박미라 기자]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5년 만에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14일 중국과의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거둔 이문규 감독은 남은 경기에도 필승을 다짐하며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하나가 된 것이 승인이다. 남은 경기도 모두 이기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은 14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프레 퀄리파잉 토너먼트(지역예선) 중국과의 1차전에서 81-80으로 승리했다. 한국 여자 농구가 중국을 꺾은 것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70-64로 승리한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후 한국은 2015년(예선·준결승)과 2017년(3·4위전), 2019년(준결승) 아시아선수권대회(아시아컵)에서 중국과 4차례 맞붙었으나 모두 졌다. 남북 단일팀이 나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중국에 65-71로 패배했다.
중국을 꺾은 한국은 2020년 2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출전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회에서 8개국이 두 개 조로 나뉘어 풀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데, 각 조 상위 2개국은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권을 얻는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대한민국농구협회를 통해 "우리는 할 만큼 다 한 경기다. 선수들이 잘해줘 중국을 이기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하나가 된 것이 승리 비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술이나 수비에 변화를 크게 주지 않았다"며 "2대2 플레이가 잘 됐다. 평소 우리가 하지 않던 수비를 즉흥적으로 시도했는데 좋은 효과를 보였다. 중국 선수들이 수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승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중국전에서 승부를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선수들이 승부를 걸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은연 중에 비췄다. 상당히 곤혹스럽기도 했다"며 "선수들이 단합해 만든 승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에 10점차로 앞선채 4쿼터를 시작한 한국은 4쿼터 시작 후 1분 10초 동안 7점을 내주면서 추격당했다. 4쿼터 종료 1분 2초를 남기고 리멍에 3점포를 얻어맞아 77-80으로 역전당하기도 했던 한국은 김정은, 박혜진(이상 아산 우리은행)의 골밑슛으로 다시 리드를 가져와 재역전승을 일궜다.
이 감독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다. 선수들이 역전당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남은 시간 경기에 임해 1점차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여자 대표팀의 '대들보' 박지수는 4쿼터 중반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어깨를 다쳤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트레이너와 상의했는데 타박상인 것 같다. 지켜봐야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필리핀, 중국과 함께 A조에 포함된 한국은 15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6일 FIBA 랭킹 50위 필리핀, 17일 FIBA 랭킹 35위 뉴질랜드와 차례로 맞붙는다.
이 감독은 "오늘 주축 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뛰어 피로도가 있다. 필리핀저남은 경기에서는 오늘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고루 기용하면서 체력을 아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뉴질랜드전 승리를 목표로 이곳에 왔다. 마지막 상대인 뉴질랜드와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중국을 이겼다"며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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