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김균희 기자] 집주인이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에는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임차인의 보증금 가운데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최우선 변제금액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일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우선 임차인의 법적 권리가 강화된다. 현재 임차인이 담보설정 순위와 관계 없이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도록 최우선 변제금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5천만원, 과밀억제권역 4천300만원, 광역시 2천300만원, 그 외 지역 2천만원이다. 임대차 보증금 통계와 권역별 임대차 시장 현황 등 제반 여건을 검토해 최우선 변제금액 상향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임차인의 대항력이 전입신고 다음 날 발생하는 점을 악용해 집주인이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전에 주택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임차인 보증금 보호가 취약한 사례가 많았다.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이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명시하도록 개선한다.
아울러 현재 집주인이 담보대출을 신청할 때 임대차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 은행이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설정하는 경우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해당 물건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고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은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감안할 수 있도록 주요 은행과 협의할 계획이다.
현재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되는 체납 세금이 얼마인지 임대인의 협조 없이는 확인할 수 없었다. 임차인이 계약 이전에 임대인의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보증금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할 경우 임대인이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한다. 계약 후에도 임차개시일 전까지 미납 국세, 지방세 등의 정보를 임대인 동의 없이도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신축빌라처럼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주택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에 가입할 때 집값을 실제보다 높게 부풀리는 방법으로 이른바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았다. 주택의 적정 시세가 반영될 수 있도록 믿을 만한 감정평가사를 추천 받아 가격을 산정하고 공시가 적용을 기존 150%에서 140%로 낮춰 주택가격 산정체계를 개선한다.
현재 아파트나 빌라 등의 전세가율 정보는 표본 추출 방식으로 공개하고 있다. 빌라는 시‧도 단위로만 공개되고 있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시 활용하기에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매월 실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아파트와 빌라 등의 전세가율을 전국은 시‧군‧구 단위, 수도권은 읍‧면‧동 단위로 공개하고 보증사고 현황과 경매낙찰 현황도 시‧군‧구 단위로 제공할 방침이다.
전세사기에 대한 선제적 예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전세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병행한다. 내년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에게 주택도시기금에서 1억6천만원까지 1%대 초저리 자금대출을 지원한다. 당장 살 곳이 없는 피해자를 위해 HUG가 관리 중인 임대주택을 시세의 30% 이하 시세로 임시거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를 공모한 임대사업자나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 등 관련자에 대한 처벌근거가 ‘형법’ 상 사기죄 등에 국한돼 경각심을 고취시키는데 한계가 있고 부정이익을 환수하는 시스템도 미흡한 상황이다.
앞으로는 전세사기에 연루된 임대사업자는 사업자 등록을 불허하고 기존에 등록된 사업자의 경우 등록을 말소하는 등 벌칙을 강화한다. 또한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에 대한 결격사유 적용 기간과 자격 취소 대상 행위를 확대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다.
부정 이익을 빈틈 없이 회수하기 위해 악성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집중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HUG 내 전담조직도 운영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청년층이나 서민들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며“더 이상 전세사기 범죄로 가정이 망가지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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