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이윤지 기자] 소금 3%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는 역할처럼 공익(公益)을 위한 일에 정진하고, 숱한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낙후된 마을을 환골탈태시킨 이가 있다. 정중한 매너와 겸손한 말투, 진취적인 마인드가 몸에 배인 ‘정조마을황계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문문한 이사장’의 얘기다.
수원전투비행장과 탄약고가 인접해 있는 화성시 황계동은 사방이 군사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이다. 수십 년간 온갖 규제를 받아왔고, 개발이 억제되면서 마을은 급격히 쇠퇴했다. 특히 하루에도 수십 대의 전투기가 이착륙하다 보니 소음 피해가 일상이 되었다. 열악한 정주여건으로 젊은이들은 하나 둘씩 마을을 떠났고 노인들만 빈집을 지켰다.
뿐만이 아니다. 곳곳에 폐축사가 방치되고 고물상, 공장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그야말로 ‘혐오시설의 온상’이 되어버렸다. 황폐해진 마을에서 주민들은 편법으로 농토를 가꾸고, 건물을 개축하면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한 줌의 희망도 없던 황계동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은 2016년 통장으로 선출된 문 이사장이 마을운영위원회의 사령탑을 맡아 ‘아름다운 동네 만들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그해 2월, 음(陰)과 양(陽)이 서로 화합하면 그 기운에 경사가 일어난다는 ‘화기치상(和氣致祥)’을 마을 슬로건으로 정해 선포식을 열고, 사비로 마을 입구에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면서 불철주야 뛰어다니며 외부에 마을의 사정을 알렸다. 화성시장을 만나 주민들의 오래된 숙원이었던 ‘마을진입로 개선, 마을버스 연장운행, 올레길 건설’ 등을 관철시켰다. 마침내 2017년 마을길이 개설됐고, 황계공원 조성 등 순풍의 돛을 달고 순항했다.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발족한 ‘화기치상 황계 주민협의체’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 공모에 참가, 화성시 최초의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선정돼는 쾌거를 이뤘다. 외딴 섬처럼 고립됐던 황계동이 ‘정조대왕의 마을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170억 원(국비 90억, 도비 18억, 시비 62억)의 사업비가 편성된 대규모 프로젝트에 사업지가 축소되며 주민 갈등의 불씨를 남겼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군부대 동의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청년들을 중심으로 2기 주민협의체가 꾸려지면서 도시재생사업은 다시 탄력이 붙었고, 2021년 정조마을황계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을조합)도 설립했다. 하드웨어에 이은 소프트웨어 구축으로 도시재생의 완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그리고 ▲정조대왕 능행차로 준공(2021) ▲정조대왕 성황대제 개최(2019~現) ▲주민역량강화교육(2019~現) ▲집수리지원 사업(2019~2020) ▲마을경관개선사업(2021) ▲안전마을 조성사업(2019~2022) ▲마을기록화사업(2020~2022) ▲도시재생어울림센터(생활SOC) 건립추진(2019~現) ▲정조복지센터 착공 ▲난청치료 프로그램(2020~2021) ▲한우나눔행사 등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문문한 이사장은 “오는 30일 ‘정조복지센터 착공기념행사’를 앞두고 있다”며 “앞으로 농촌체험 휴양마을, 정조한우마을 등 다양한 사업추진을 통해 ‘모두가 찾아오는 관광마을’을 만들고, 정조대왕이 살아 숨쉬는 1780년대의 르네상스를 재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참으로 무모했고,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지만 믿고 신뢰해 준 주민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왔다”며 “도시재생사업이 열어놓은 새로운 길을 따라 함께 행복하게 사는 황계동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미치지 않고는 이르지 못한다는 뜻의 불광불급(不狂不及)처럼 황계동 만을 바라보며 몰입의 삶을 살아온 문문한 이사장이 또 어떤 이정표를 세울지 기대된다.
한편, 정조마을황계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문문한 이사장은 ‘화성시 제1호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운영 및 도시재생사업 활성화에 헌신하고, ‘정조대왕 역사·문화콘텐츠 육성과 관광자원화’를 도모하면서 마을발전 방안 모색과 주민들의 권익 향상 선도에 기여한 공로로 ‘2024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시사투데이 주최·주관)’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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