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투데이 정인수 기자]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그먼트 제도, 이른바 승강제 제도의 구체안 발표가 또 연기됐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코스닥 시장 30주년 행사에서 세그먼트 개편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일정을 늦춘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29일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의 2일차 행사에서 내년에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올해 4분기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다양한 특성 가진 기업이 하나의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데, 이는 역동성을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기업 중 투자할 기업을 선별하는 데 부담이 있다"며" 이에 코스닥 기업의 특성과 경쟁력을 명확하게 보일 수 있는 세그먼트 제도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나스닥 시장의 '글로벌 셀렉트(select) 마켓'을 대표 사례로 참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스닥은 세그먼트 제도 이후 세계 최대 시장으로서 변화 흐름 이끌고 있다"며 "승강형 시장 구조를 통해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 등 동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닥 기업을 쉽게 찾도록 하고, 세그먼트 지수 및 금융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새로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이날 구체적인 코스닥 세그먼트 제도의 계획 및 편입 종목 기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미뤘으며 이날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는 코스닥 세그먼트 제도는 시장의 여러 이해 관계자가 관련된 만큼 보다 더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간 벤처 업계 등 일각에서는 코스닥 승강제 도입 시 시장별 서열화가 고착화하고 하위 그룹에 속한 기업은 '비우량 기업'으로 낙인을 찍는 악효과가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이 같은 우려의 시선을 고려해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각계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전했다.
최 상무는 "세그먼트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 서열화가 아니다"라면서 "다양한 시장 관계자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는 세그먼트 제도가 도입되면 코스닥 시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약 1천700개에 달하는 종목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통해 투자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상반기 '불장'으로 지난 4월에는 한 때 1,200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했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 사이클 여파로 대형주와 코스피 시장으로 수급이 쏠리면서 코스닥 시장은 '빈 집'이 됐다.
이에 하반기 들어 거래가 급감해 코스닥 시장의 9월 일 평균 거래대금은 7조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5조5천66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이다.
코스닥 시장의 주요 투자 주체인 개인도 외면해 연초 이후 7조260억원 순매도했다.
이처럼 거래대금도 급감하고 주요 수급 주체도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코스닥 시장은 점차 상승 동력을 잃어갔다.
더욱이 하반기 들어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으로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성장주가 많은 코스닥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통상 미래의 현금 흐름에 의존하는 성장주는 금리가 오를 때 할인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에 코스닥 지수는 연초 상승분을 반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하락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8%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840대에 머물고 있고, 시가총액은 478조1천36억원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반도체 ETF에 수급이 집중되며 코스닥 거래대금 및 신용융자는 크게 감소했다"며 "현재 코스닥 시장은 막힌 수급을 어떻게 뚫어낼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전주 및 시가총액 기준 미만 종목들의 상장 폐지 요건이 시행되면서 하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움직임은 시작됐다"며 "로봇과 반도체 소부장, 에너지 등 글로벌 밸류 체인 안에서 존재감 커지는 코스닥 기업들의 성장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수급적 유인책까지 더해진다면 코스닥 시장에 대한 재평가는 속도감 있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영 삼성증권[016360] 연구원도 코스닥 시장 종목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조정 속도가 예년 대비 견조해지는 등 펀더멘털이 견고하다는 점을 고려 시 조정의 원인은 수급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7월부터 적용된 상장 폐지 요건 강화로 관리 종목 신규 지정이 급증하면서 '다산다사' 구조로의 전환이 진행 중인 점도 긍정적"이라며 "4분기 승강제 최종안 발표와 셀렉트 세그먼트 연계 ETF 도입도 추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수 기자 sisatoday0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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