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이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의 길을 선택하는 아버지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해 우리나라 해외 유학생의 수는 18만 명가량, 이러한 자녀의 조기 유학 때문에 생겨난 ‘기러기 가족’이 5만여 가구로 그 비용이 한 해 2조 20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러기 아빠란 아내를 딸려서 자녀들을 유학 보내고 홀로 자취생활을 하는 ‘외기러기 아빠’를 뜻한다. 무너지고 있는 한국 교육상황이 빚어낸 新이산가족은 이제 사회한쪽에서 뚜렷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러기 아빠’는 대게 고위 공무원, 교수, 고급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간부나 임원, 중소기업대표 등 중상류층에 속했으나 요즘에는 일부 젊은 직장인들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기러기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조류이다. ‘기러기 아빠’라 불리 우는 것도 기러기의 습성을 따라 가족을 위해 헌신한다는 뜻이다.
‘기러기 아빠‘가 되는 이유는 한국 교육과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 때문이다. 경쟁적 사회구조, 대학 입시위주의 교육정책, 천편일률적인 학교 교육 등 총체적인 교육문제를 보며 내 자식만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영어 조기 교육 열풍이 기폭제가 되고 한국에서 교육을 시킬 때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조기유학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유형은 몇 가지로 나뉘어 진다.
가장 흔한 경우는 해외에 가족이 함께 있다가 아빠만 귀국하는 경우이다. 유학이나 외국주제 상사원으로 근무하다가 부인과 아이들은 외국에 남아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 다른 유형으로는 요즘 가장 많이 늘고 있는 경우로 아내와 아이들만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이다. 이들은 늘 한울타리 안에서 살았고, 떨어져 생활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러기 아빠‘가 되면 더욱 힘들어 한다. 하지만 어떤 유형이 됐든 가장 큰 문제점은 아빠들이 ’돈버는 기계‘로 전락하고 이혼과 같은 가족해체가 증가하는 등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펭귄 아빠‘가 되어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버림받은 기러기아빠를 ’펭귄아빠‘라고 부르는 이유는 펭귄의 날개가 없어 처, 자식을 찾아 해외로 갈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기러기 아빠가 버림받아 ’펭귄 아빠‘로 전락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현실이다.
지난해 아내와 아들, 딸을 호주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의 자살 소식은 자기 위치를 지키며 가족을 사랑한다는 ‘기러기’가 ‘펭귄’으로 변하여 우울하게 결말지어지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혼자 남은 외로움과 먹을 것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그들 삶의 고단함을 드러내고 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며 자녀들에게 물어보던 말들이 세대가 바뀌어 이제는 ‘남편이 좋아, 자식이 좋아’라고 부인들에게 물어본다고 한다.
자녀들이 외국에 나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언어도 배우고 새로운 문화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마음에 외롭고 험난한 길을 자처하게 되는 ‘기러기 아빠’들이 점점 늘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민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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