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전해원 기자] 양양은 여행의 3박자를 갖춘 고장이다. 깊은 숲길과 계곡, 드넓은 바다, 맛과 체험이 어우러진다.양양읍내에서 56번 국도를 따라 구룡령(1013m)으로 향하는 길은 볼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널렸다. 송천 떡마을을 지나면 양양에너지월드, 미천골 자연휴양림, 갈천약수 등이 길손을 반긴다. 그 길 끝자락에 자리잡은 고개가 구룡령이다.
<구룡령 옛길 일부>
구룡령 길은 한가롭고 고즈넉해 가을이면 운치를 더한다. 최근에는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주로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구룡령이 영동, 영서를 잇는 주요 통로였다. 구룡령은 아홉 마리의 용이 갈천약수에서 목을 축이기 위해 고개를 구불구불 넘어갔다고 해 구룡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불구불한 길에는 옛 민초들의 지난한 삶이 담겨 있다. 양양과 홍천을 오갔던 옛 사람들은 구룡령 옛길에 땀과 희망을 실었다.
서면 갈천리 갈천산촌학교에서 시작해 구룡령 정상까지 이어지는 옛길은 사람 한두명이 지날 수 있는 좁은 숲길이다. 이 길을 따라 등짐장수들은 홍천의 농산물과 양양의 해산물을 짊어지고 다니며 소문과 사연을 함께 전했다.
구룡령 옛길은 문화재청이 명승 제29호로 지정한 문화재길이기도 하다. 구룡령 옛길을 포함해 문경새재, 문경의 토끼비리, 죽령 옛길 등 4곳만이 우리나라 4대 명승길로 등재돼 있다.
이런 구룡령 길은 지금은 폐교가 된 갈천산촌학교가 출발점이다.
갈천리는 칡으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산허리께 마을에는 성급한 단풍이 물들었다. 산촌학교 옆에는 코스모스와 함께 구룡령 옛길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숲길은 울창한 소나무로 빽빽하게 채워진다. 횟돌반쟁이, 솔반쟁이 등을 지나 정상까지는 약 4km의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은 백두대간과 연결되고 하산길에는 갈천약수 방향으로 내려설 수 있다. 등산길은 갈천약수와 연결되는 길이 잘 닦여져 있어 한결 편리하다. 소나무숲과 계곡이 끊임없이 이어져 산행의 동무가 되며, 철분이 함유된 갈천약수는 톡 쏘는 맛으로 갈증을 풀어준다.
구룡령으로 향하는 56번 국도변에는 여행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곳들이 숨어 있다. 길 초입의 송천 떡마을은 고향의 향기가 가득한 마을이다. 전통방식대로 떡메를 쳐서 손으로 직접 빚어 떡을 만든다. 떡 마을의 역사는 40년 가까이 됐고 떡 체험장도 마련돼 있어 직접 떡을 만드는 정겨운 체험이 가능하다.
또한 법수치로 향하는 길은 숲속길보다는 깊은 계곡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 연어가 오른다는 남대천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어성전, 법수치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성전은 물고기가 성과 밭을 이룰 정도로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곳은 바다에서 귀향한 황어나 은어를 낚으려는 플라이 낚시꾼이 몰려드는 낚시꾼들의 아지트였다.
법수치로 오르는 10㎞ 계곡길은 이제는 아담한 펜션들이 자리 잡고 있다. 동틀 무렵 법수치 계곡 물은 청옥빛을 낸다.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한 계곡은 새벽에 소리와 빛이 그 진면목을 뽐낸다.
법수치는 불가의 법문처럼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는데, 불가에서 예를 올릴 때 이곳 맑은 물을 떠갔다고 한다. 오대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법수치 계곡에는 아직도 꺽지, 산천어 등이 서식한다.
이런 숲과 계곡에서 벗어나면 양양의 바다다. 양양의 남쪽 끝단에 자리잡은 남애항은 양양의 포구 중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곳이다. 남애항 언덕에 자리잡은 소나무가 이곳의 상징이며 남애항과 남애 해수욕장에서는 영화 ‘고래사냥’에서 주인공들이 모래사장을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포구 끝자락에는 양양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굳어진 송이등대가 들어서 있다.
남애항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거슬로 오르면 양양의 명소 해변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죽도해변은 소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진 죽도로 유명한 곳으로 죽도는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육지와 연결됐으며 정상에는 죽도정이 자리잡고 있다.
<남애항 송이 등대>
양양의 바다를 제대로 조망하려면 하조대, 의상대 등을 빼놓을 수 없다. 고운 모래가 인상적인 하조대 해변을 에돌아 오르면 하조대와 하조대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파도소리, 불경소리가 어우러진 절경은 의상대에서 정점을 찍는다.
낙산사의 절벽에 기대선 의상대는 사찰과 낙산해변을 아우른 풍경으로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2005년 화재로 소실된 낙산사는 복원이 완료된 상태다.
양양 여행에는 각종 체험거리가 어우러진다. 오산 해변 인근에는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이 들어서 이 일대 신석기문화의 흔적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갈대밭을 따라 야외에 조성된 나무데크길이 인상적이다.
<하조대 전경>
또 양양읍내의 5일장도 반드시 들려볼 일이다. 양양 5일장은 영동지방에서 가장 큰 전통장으로 인근 시골에서 생산되는 각종 특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매 4일, 9일에 남대천 하류에 장이 선다. 양양의 가을에는 축제도 풍성하다.
10월22~23일, 29~30일에는 남대천 일대에서 연어축제와 연어 맨손잡이 행사가 펼쳐진다.
[저작권자ⓒ 시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