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스물이 안된 청년부터 일흔의 원로까지, 제주에서 서울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고, 영남과 호남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함성, '호헌철폐, 독재타도', 그 뜨거웠던 구호가 지금도 귀에서 생생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30년 전 6월, 우리는 위대한 국민이었다"며 "빗발치는 최루탄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청년학생들. 응원군에서 항쟁의 주역으로 변해간 넥타이부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손수건을 흔들고, 빵을 나눠주고, 전투경찰의 가슴에 평화의 꽃을 달아주었던 시민들. 그 모두가 역사의 주인공이었다"고 항쟁의 의미를 기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광장에서 "오늘 국민 여러분과 함께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광장에 서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30년 전 6월, 우리는 국민이 승리하는 역사를 경험했다. 엄혹했던 군부독재에 맞서 불의에 대한 분노와 민주의 열망이 만들어낸 승리였다"면서 "국민은 시대의 흐름을 독재에서 민주로 바꿔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바위에 계란치기 같았던 저항들이 끝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낸, 너무도 위대하고 감격스러운 역사였다"며 "지난 30년, 우리 사회가 이뤄온 모든 발전과 진보는 6월 항쟁에서 비롯되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이룬 그 모든 성취를 바탕으로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문재인 정부는 6월 항쟁의 정신 위에 서 있다"면서 "임기 내내 저 문재인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임을 명심하겠다. 역사를 바꾼 두 청년, 부산의 아들 박종철과 광주의 아들 이한열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며 "항쟁을 이끌어주신 지도부, 1987년 뜨거운 함성 속에서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환호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세계가 경탄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우리 국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작은 해방과 함께 바깥으로부터 주어졌지만,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만큼 키운 것은 국민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그 길에 4·19가 있었고, 부마항쟁이 있었고, 5·18이 있었고, 6월 항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은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며 "촛불은 한 세대에 걸쳐 성장한 6월 항쟁이 당당하게 피운 꽃이자 미완의 6월 항쟁을 완성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더 넓고, 더 깊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6월 항쟁으로 성취한 민주주의가 모든 국민의 삶에 뿌리내리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후퇴하는 일은 이제 없다. 권력기관이 국민의 의사와 의지를 감시하고 왜곡하고 억압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인권은 확대될 것"이라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헌법, 선거제도, 청와대, 검찰, 국정원, 방송,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운용하는 제도도 마찬가지"라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를 새로운 도전 과제로 제시하고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며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데 일자리 위기가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제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거듭 말씀드리는 것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민주주의는 형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자리는 경제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어렵고 우리 사회가 함께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6월 항쟁 30주년을 디딤돌 삼아 우리가 도약할 미래는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고, 격차를 줄여가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며 "진정한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를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누구나 성실하게 8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것 걱정 없어야 한다. 실패했더라도 다시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그렇게 함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정치권에서도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항쟁의 중심은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이 아니었다.6월 항쟁에는 계층도 없었고, 변방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승리했다"며 또다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부산에서 6월 항쟁에 참여하며, 민주주의는 물처럼 흐를 때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독재에 맞섰던 87년의 청년이 2017년의 아버지가 되어 광장을 지키고, 도시락을 건넸던 87년의 여고생이 2017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촛불을 든 것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와 일상이, 직장과 가정이 민주주의로 이어질 때 우리의 삶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우리의 삶,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이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민주주의가 정치, 사회, 경제의 제도로서 정착하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훈련될 때, 민주주의는 그 어떤 폭풍 앞에서도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6월 항쟁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는 영원하고, 광장 또한 국민들에게 항상 열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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