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창립된 페알락은 동아시아와 중남미의 협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했다"며 "선각자들의 지혜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협력포럼(FEALAC) 외교장관 회의 개회식에서 축사를 통해 "페알락 출범 이후 두 지역에선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됐다"며 "여기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까지 더해져 태평양을 가로지른 하나의 지구촌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오늘날 전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이 살고 있는 페알락 협력체는 세계 교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성장했다"며 "양 지역 간 교역규모는 7500억달러, 투자규모는 115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페알락 회원국과의 협력 강화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도 다채롭게 만들었다"며 "지난해 6월 파마나 운하가 확장 개통됨에 따라 부산항의 물동량이 큰 폭으로 늘어 침체 위기에 있던 부산항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인들의 일상 속에서 칠레 와인과 삼겹살, 후식으로 즐기는 필리핀 바나나, 뉴질랜드 키위 그리고 콜롬비아 커피는 너무나 익숙하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분단으로 인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북쪽 통로가 막혀 있고, 나머지 3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마치 섬과 같은 환경을 갖고 있다. 또한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다"며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지정학적 여건이지만 한국은 '극동'이 아니라 '유라시아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그 지평을 동북아,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로 넓혀 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저는 아시아·중남미와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한국 정부는 아세안·메콩 국가·인도 등과의 신남방 협력과 러시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신북방 협력을 연계해 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중남미 지역과도 소통·교류를 활성화해 상호이해와 신뢰를 토대로 무역·투자·과학기술 혁신·인프라·교통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그 동안 (페알락) 사이버 사무국 운영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이번에 창설되는 페알락 기금을 든든한 기반으로 삼아 페알락의 질적인 도약을 선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오는 2019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FEALAC 창설 20주년이면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기도 하다"며 "지속 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교류와 협력은 상품·자본·서비스 같은 물질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어선 안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잇는 진실한 소통과 이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전세계 관광객 중에 페알락 동아시아 회원국과 라틴 아메리카 회원국간 상호 방문객 규모는 1% 미만에 불과하다"며 "물리적 거리를 줄일 수는 없겠지만 보다 많은 온라인, 오프라인 소통을 통해 마음의 거리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ICT 등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소통의 장이 열리면 정서적 공감과 유대를 더욱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 관광, 스포츠 분야에서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인적 교류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두 지역의 실질 경제 협력 확대로 이어질 때, 보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호혜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페알락의 믿음직한 친구이자 파트너로서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인류에 대한 책임을 다할 의무 또한 있다. 자국 이기주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인류의 번영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빈곤,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질병, 국제조직범죄와 같은 이 시대의 새로운 도전들은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국제적 공조와 협력만이 도전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구촌 협력체로서 페알락은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공동의 인식과 목표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그러한 논의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지혜와 통찰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의장국으로서 오랜 숙원이었던 '페알락 新 행동계획'이 이번 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며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페알락이 획기적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 "페알락 36개 회원국의 지도를 보면 유달리 비어있는 공간이 눈에 띕니다. 바로 북한"이라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야말로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가 당면한 최대의 도전이자 긴밀한 국제적 공조로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국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끄는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는 페알락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아시아 평화, 세계 평화가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다고 믿는다.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시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문제가 결코 강대국들 간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며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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