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미국 동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먼저 이 자리를 빌려 9월 19일 멕시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희생 당한 분들과 그 가족, 그리고 멕시코 국민과 정부에 우리 국민과 정부를 대표하여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로슬라프 라이착(Miroslav Lajčak) 제72차 총회 의장의 취임을 축하한다. 의장의 뛰어난 지도력으로 이번 유엔총회가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며 "안토니우 구테헤스(António Guterres) 사무총장의 성공을 기원한다. 대한민국은 '분쟁의 사전예방'과 '평화의 지속화'를 추구하는 유엔의 목표를 적극 지지하며, 총장의 재임기간 동안 유엔이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나는 오늘 이 연설을 준비하면서 유엔의 정신과 사명에 대해 생각했다. 유엔은 인류 지성이 만든 최고의 제도적 발명품"이라며 "유엔은 '전쟁의 참화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기' 위해 탄생했고, 지난 70여년간 인류 앞에 제기되는 도전들에 쉼 없이 맞서 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역할과 기여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며 "초국경적 현안이 날로 증가하고 이제 그 어떤 이슈도 한두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된 오늘날, 우리는 우리 앞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 정신을 더욱 전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여러분 모두가 유라시아 대륙이 시작되는 동쪽 끝 한반도와 남쪽나라 대한민국에 주목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지난 겨울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이야 말로 유엔 정신이 빛나는 성취를 이룬 역사의 현장이었다 생각한다. 협력과 연대의 힘으로 도전에 맞서며 인류가 소망하는 미래를 위해 나아갔다. 미디어를 통해 목격했던 촛불혁명의 풍경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며 촛불집회 현장의 다양한 장면들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거리를 가득 메운 수십만, 수백만의 불빛들,노래와 춤과 그림이 어우러진 거리 곳곳에서 저마다 자유롭게 발언하고 평등하게 토론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손잡고 집회장을 찾는 부모들의 환한 표정,집회가 끝난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청년들에게서 느껴지는 긍지,그 모든 장면들이 바로 민주주의였고, 또 평화였다"며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이어진 광장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나 자신도 오직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광장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했다"며 "민주주의의 실체인 국민 주권의 힘을 증명했고 폭력보다 평화의 힘이 세상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이고 민주적 선거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국민의 주인의식, 참여와 열망이 출범시킨 정부다. 나는 지금 그 정부를 대표해 이 자리에 서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시작은 늦었지만 세계 민주주의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그 힘으로 국제 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지난 5년간 난민지원 규모를 15배 확대했고, 작년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 '2천만불 공여국 클럽'에 합류했다. 파리협정의 이행과 에너지정책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며 "또한 우리 정부는 여성내각 30%를 달성함으로써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의 양성평등 실천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유엔의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앞으로 더욱 기여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특별히 나는 '사람을 근본으로'라는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가 대한민국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일치한다는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사람이 먼저다'는 여러 해 동안 나의 정치철학을 표현하는 슬로건이었다.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통합을 해치는 경제 불평등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경제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고 있다"면서 "경제정책 중심을 국민과 가계의 소득증가에 맞추고 일자리가 주도하는 성장,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경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을 '사람중심 경제'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포용적 성장을 위해 우리가 시작한 이 담대한 노력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개도국들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도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태어났다면서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 이라고 소개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쟁의 기억과 상처는 뚜렷해지고 평화를 갈망하는 심장은 고통스럽게 박동치는 곳이 오늘의 한반도 대한민국"이라며 "이런 이유로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모두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밝혀왔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유엔 안보리가 유례없이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장일치로, 이전의 결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용으로 대북제재를 결의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 원칙을 적시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울러 "나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위한 실천을 다짐하는 유엔총회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북한과 국제사회에 천명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붕괴나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리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은 이 모든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을 하루빨리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며 "나는 북한이 타국을 적대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모든 나라들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면서도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만큼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나아가 "특별히 나는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한다"며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이 말하고 있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되어야 한다.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평화의 실현은 유엔의 출발이고, 과정이며, 목표"라며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여러 차례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와 '신(新)북방경제비전'을 밝힌 바 있다"며 "한 축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져나가고, 다른 한 축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요청했다. 특히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북경동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린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평창동계올림픽이 동북아의 평화를 다지는 시발점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냉전과 미래, 대립과 협력이 공존하는 동북아에서 내년부터 열리는 '릴레이 올림픽'이 동북아 평화와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열망한다"며 "대한민국은 모든 노력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작 100㎞를 달리면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과 만나는 평창에 평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이 모인다"며 "개회식의 북한 선수단, 이를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과 세계인의 얼굴을 상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이는 결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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