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전해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경제 정책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을 드러냈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에게 적극적인 고용과 투자를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기업·중견기업인 대표들과 지역상공회의소회장단 등 13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내로라 하는 굴지의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부터 각 지역상의회장단까지 경제 주체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중견기업,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상의회장단과의 소통을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는 취지로 마련됐다.
경제 성과 도출이라는 올해 국정 목표에 따라 기업에 적극 투자를 당부하고, 반대급부로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겠다는 정부 의지를 나타내는 성격의 자리였다.
대기업을 대표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22명이 참석했다.
중견기업에서는 정몽원 한라 회장, 손정원 한온시스템 대표, 우오현 SM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37명이 초대 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부터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언급하며 기업들이 고용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다.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 달라"며 "기업 경쟁력도, 좋은 일자리도 결국은 투자의 성공이다. 적극적인 사업발굴과 투자에 더욱 힘써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신산업과 신기술, 신제품에 더 많은 투자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경제로 나아가는 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역이 돼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한 문 대통령이지만 취임 20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절박함이 묻어 있다. 경제 성과를 최우선 국정 운영 목표로 잡은 것도 궁극적으로는 일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데 맥이 닿아 있다.
지난 20개월 동안 기존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근본적인 문제 인식이다.
타개책으로 추격형 경제라는 후진국형 경제 발전상을 버리고 선도형 경제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도 흔들림 없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기업이 혁신을 이끌고 정부가 규제혁신 등 제도적 뒷받침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의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날 발언 곳곳에 녹아 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은 기업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며 우리 경제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 20조원이 넘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통해 기술개발, 인력양성, 첨단기술의 사업화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형 규제박스가 곧 시행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이미 십여 건의 융복합 신사업이 신청·준비 중에 있고, 정부는 또 신기술·신사업의 시장 출시와 사업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나서 기업이 투자의 직접 걸림돌이라 호소하는 각종 규제를 제거할테니, 적극적인 투자로 성장을 견인해 달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기업의 성장은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다시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들어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산책 도중 나눈 대화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삼성 공장과 연구소에 방문해달라는 이 부회장의 요청에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기업에 힘을 실어달라는 이 부회장의 요청에 완곡하게 대규모 투자를 선행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투자만 이뤄진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 투자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역할과 제도개선을 통한 규제혁신으로 기업의 활동을 뒷받침한다는 정부 역할에 대한 구상을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과제는 우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라가 부강하게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라며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업에 당부드리고 싶다. '투자와 혁신이 중요하다. 다시 한 번 투자와 혁신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를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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