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투데이 윤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염수정 추기경님, 김희중 주교회의 의장님, 그리고 대주교님, 또 주교님들을 모시게 되어서 무척 반갑고 코로나와 집중호우 등으로 매우 바쁜 시간에 귀한 걸음 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작년부터 뵈려던 일정이 오늘에야 성사가 되었다. 날짜를 몇 차례 잡았다가 제가 유엔총회에 참석하느라 연기되기도 하고, 또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연기되기도 했고 오늘도 이렇게 편안한 상황이 아니어서 좌석 배치가 매우 불편하게 된 것을 양해를 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한국천주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천주교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가장 낮은 곳에서 어려운 이들과 나눔과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해 주셨다"며 "지난해 신안군 흑산성당과 목포 경동성당에 이어 올해 세종 부강성당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었고 천주교 역사와 상생정신을 국가적으로 함께 보존하고 기릴 수 있게 되어서 매우 뜻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천주교 지도자들을 향해 "천주교는 코로나 극복과 수해 복구에도 국민들께 많은 위로를 주었다. 지역감염이 시작된 지난 2월 전국의 가톨릭 교구에서 일제히 미사를 중단하는 큰 결단을 내려주셨고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사순절과 부활절 행사를 방송으로 대신하여 국민 안전을 지켜주셨다"며 "한국 천주교 23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들었다"며 "코로나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웃의 손을 잡아주시고 또 수해 피해 지역에 모아주신 성금을 국민들 모두 감사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서 우리 방역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고 방역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지금 같은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를 함께 성공해 나간다는 것은 그런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가 'OECD 국가 가운데 방역도 경제도 모두 최고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제 자칫하면 그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는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다음주까지가 고비인데 이번주가 특히 중요하고 더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수난의 시간에 예수님께서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셨던 기도 말씀을 되새겨 본다"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고 코로나 장기화로 국민들 마음이 매우 지치고, 또 짜증도 나고 심지어는 아주 분노하는 마음들도 많이 있다. 국민들의 힘든 마음을 치유해 주고, 서로의 안전을 위한 연대의 힘이 커지도록 종교 지도자들께서 용기와 기도를 나눠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천주교에서는 올해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돌아보며 전국 16개 교구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해 주셨고, 2016년부터 매년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개최하여 평화를 염원해 주셨다"며 "빵도 하나 우리도 하나, 한 몸이라며 한반도 평화에 헌신해 오신 고 장익 주교님의 숭고한 삶을 되새겨 본다. 남북간 대화와 교류의 물꼬가 터지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데도 천주교가 늘 함께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끝으로 "내년은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최초의 신학생이었던 그분들을 기리며 한국 천주교의 발전을 기원한다"며 "어려운 고비마다 천주교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셨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며 정의를 실현해 주셨다. 오늘 코로나 위기 극복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지혜로운 말씀을 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염수정 추기경은 "대통령께서 국정 운영에 바쁘실 텐데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과, 또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를 위해서 기원한다"며 "최근 들어 종교시설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재유행 조짐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우리 천주교회는 정부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신자들의 개인위생에 철저하도록 각 본당 신부님들을 통해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코로나19의 희생자들과 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서 여러 차례 기도해 주셨다"고 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우리 정부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총력 대응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위기를 국민과 서로 협력하여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저희 모두도 우리 신자들과 함께 기도로 마음을 모으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권고하며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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